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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먼 북쪽 - 마르셀 서루 장편소설

혹한의 세계, 극한의 고독, 그 절망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

마르셀 서루의 장편소설 『먼 북쪽』. 무라카미 하루키가 직접 번역하여 일본에 출간된 바 있는 이 소설은 종말 이후 황폐한 세계에서 홀로 살아가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게 하는 의외성이 두드러지는 이 작품은 참을 수 없이 슬프지만 그만큼이나 숭고한 소설이라는 평을 받았다. 

매일 아침 권총 두 자루를 챙겨 암울한 도시를 순찰하는 보안관 ‘메이크피스’. 책을 읽지는 못하지만 누군가를 위해 책을 보존하던 그녀는 책 무더기 속으로 뛰어내려 책을 모아 떠나려던 소년 ‘핑’에게 총을 쏘고 만다. 다친 핑을 집으로 옮긴 그녀는 그와 함께 살아가기로 하고 고기를 구하기 위해 함께 여행을 떠나는데……


출판사 서평

“이 소설만큼 한 명이라도 더 많은 독자에게 감상을 듣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무라카미 하루키 

혹자는 “또 다른 1Q84”라고 했고, 혹자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시고니 위버 주연의 영화 같다”고 했다. 또 누구는 코맥 매카시의 『더 로드』와 비견될 작품이라고도 했다. 『먼 북쪽』은 근미래 소설로 종말 이후의 황폐한 세계에서 홀로 살아가는 여자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작가 마르셀 서루는 젊은 영국 작가로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독특한 소설들을 발표하여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으며, 순문학상인 서머싯 몸 상, 4대 SF문학상 중 하나인 존 캠벨 상을 동시에 받은 유일한 생존 작가이기도 하다. 전미 도서상, 아서 클라크 상 최종후보작에 올랐던 이 책은 무엇보다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게 하는 의외성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먼 북쪽』에 극찬을 보내며 손수 일본어로 번역한 무라카미 하루키는 “일단 손에 잡고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하자 정말 재미있어서 단숨에 다 읽어버렸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소설의 무대는 시베리아 툰드라 지대, 분위기는 황량하고 춥고 배고프다. 가슴을 서늘하게 만드는 사건들이 끊임없이 이어지지만, 장면마다 뭔지 모를 따뜻한 김이 아지랑이처럼 어른거린다. 『아사히신문』은 “박진감 넘치면서도 가슴을 쿵 하고 울리는 명작”이라 평했다. 

혹한의 세계, 극한의 고독, 절망 속의 희망 - 종말의 렌즈로 우리의 현실을 들여다보는 소설 

때는 앞으로 30년 후쯤, 이야기의 배경은 시베리아의 극북(極北)이다. 온난화의 가속화로 인간이 살 만한 곳은 극북 지역밖에 남지 않았다. 온대 지역의 대도시 문명은 인간들 사이의 전쟁으로 모두 무너지고 굶주림이 인간성을 모조리 빼앗아버린 종말의 시대. 한쪽에는 옛 아메리카인디언 같은 단순한 삶을 이어가는 퉁구스족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미국과 유럽에서 건너온 백인 이주민들이 일부는 폭력적이고 탐욕적으로 타인을 지배하며, 일부는 종교와 선지자에 의지하며, 일부는 체념하고 자포포기하며 살아간다. 

소설은 마치 서부 영화의 오프닝처럼 시작된다. 주인공 ‘메이크피스’는 매일 아침 권총 두 자루를 챙겨 암울한 도시 ‘에반젤린’을 순찰한다. 그녀는 도시의 보안관이자 유일한 시민이다. 도시의 다른 사람들은 서로를 죽이고 죽임을 당하며 세상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이 조용하기 짝이 없는 혹한의 세계에서 메이크피스는 조율이 엉망인 자동피아노의 소리를 들으며, 읽지도 못하는 책들을 무기고에 가져가 모으며 하루하루 고독하게 살아간다. 그러다 어느 날 우연히 한 명의 중국인 아이를 만나고, 운명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눈안개 속에서 길을 헤매듯 뒤통수를 치는 전개 속에서 메이크피스는 고향 도시를 떠나 고독한 여행길에 나선다. 그녀는 종교인들의 마을, 노예들의 도시, 버려진 옛 대도시에서 갖가지 인간 군상을 만나고, 속고 속이며, 인간의 선의에 기대하고 그 악의에 절망한다. 소설은 극한의 상황에서 우리의 휴머니즘이 어디로 흘러갈지를 종말의 렌즈로 포착한다. 그럼에도 메이크피스는 거친 유머와 삶에 대한 믿음을 간직한 채 꿋꿋이 살아가며 용기를 잃지 않는다. 작품은 끝내 기진맥진한 희망 하나를 아슬아슬하게 남겨놓은 채 끝이 난다. 퍼블리셔스 위클리의 서평처럼 “미친 듯이 기이하지만 기묘하게 희망적인” 이야기다. 

“인류의 마지막 모습은 체르노빌 거주 금지구역의 원시적 생활처럼 되는 것은 아닐까?” 

『먼 북쪽』이 그려내는 종말적 세상은 무서울 정도로 우리 현실을 닮았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후기에서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몇 가지 현실적 묘사는 우리에게 은연중에 소름을 돋게 한다”고 말했다. 일상화된 재난 속에서 문명과 야만이 교차되고, 인간성이 점점 그 의미를 잃어가고, 사람들이 서로에 대한 신뢰와 공동선에 대한 믿음을 상실하고 방황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소설은 먼 미래가 아닌, 있을 수 있는 또 하나의 현실을 그린다. 세상의 종말은 좀비나 언데드가 아니라 인간 스스로 만들어낸 지옥도이자, 주인공 자신의 황폐한 내면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작가는 바로 그런 미로 속에서 어떤 희망의 예감을 찾아낸다. 

마르셀 서루는 소설가일 뿐 아니라 다큐멘터리 작가이기도 하다.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이 소설은 체첸과 체르노빌 근교의 취재에서 많은 영감을 얻은 결과물이다. 서루는 후기에서 체르노빌 거주 금지구역에 사는 ‘갈리나’라는 여성의 취재담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녀는 체르노빌 접근 금지령을 무시하고 고향의 작은 마을로 돌아가 방사능에 오염된 땅에서 농사를 짓고 산다. 마치 인류의 먼 과거로 돌아간 것 같은 단순한 생활과, 자기연민의 편린조차 보이지 않는 자립심을 목격하며 작가는 문명에 찌든 우리의 무감함과 나약함을 통감하고 소설의 구상을 떠올렸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먼 북쪽』을 읽고 번역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여름이었다. 2011년 후쿠시마 대지진과 원자력 사고보다 앞선 일이다. 하루키는 그로부터 1년 후 소설을 번역해 출간하면서 짧지만 깊은 여운을 주는 글을 남겼다. “혹독한 분수령을 지나고 이 소설을 다시 읽어보니, 여기에는 또 다른 종류의 무게가 있으며, 다른 종류의 감명이 있다. 훌륭한 이야기에는 늘 예감이 포함되는데, 그 예감은 현실의 공기와 맞닿으면서 구체적인 성찰이 되며, 이것이 다시 새로운 예감을 낳는다. 이것은 분명 이야기만이 제공할 수 있는 특별한 순환이다.” 두 소설가의 이야기가 안팎으로 교차되는 이 책은 이처럼 동시대적인 고민의 산물이며, 우리 모두가 직면한 재난 시대의 삶을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서점에서 직접 구입한 뒤, 일단 손에 잡고 넘기기 시작하자 정말 재미있어서 단숨에 다 읽어버렸다. 다 읽은 직후에는 ‘이 책은 내가 번역을 해야겠다’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요즘 읽은 책 중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는 소설이다. 이야기의 추진력도 강하고, 다 읽은 후에 마음에 드리우는 여운도 상당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의외성에 가득 차 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몇 가지 현실적 묘사는 우리에게 은연중에 소름을 돋게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 소설에서 묘사하는 사태가 그저 픽션의 장치가 아닌, 외면할 수 없는 하나의 현실임을 이미 알아버렸다. 우리가 이야기라는 장치를 헤쳐 가는 동안 발견하는 것은 통절할 정도의 공감이다. 이 소설만큼 한 명이라도 더 많은 독자에게 감상을 듣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뉴욕타임스: 참을 수 없이 슬프지만 또 그만큼이나 숭고한 소설. 

퍼블리셔스 위클리: 미친 듯이 기이하고 기묘하게 희망적이다. 

아사히신문: 박진감 넘치면서도 가슴을 쿵 하고 울리는 명작. 

워싱턴포스트: 기후 변화에 직면한 인류에 대한 매우 치밀하고 잘 짜인 우화. 

러셀 호번(SF 작가): 잊을 수 없는 캐릭터를 찾고 있다면 그 탐색은 여기서 끝날 것이다. 

일본 아마존 독자: 인생에서 만나서 좋았던 책. 결코 잊을 수 없는 소설이다.